비너스와 마르스(Venus and Mars)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
비너스와 마르스(Venus and Mars), 1485년
포플러나무에 템페라와 유화, 69.2*173.4cm
15세기 이탈리아의 한 가문에서 딸을 시집보내면서 주문한 혼수용 가구의 앞부분을 장식하기 위해 그려진 그림이다. 그래서일까 내셔널 갤러리에 가면 <비너스와 마르스> 그림 밑에 그와 유사한 가구를 함께 전시해 두고 있다.
그림의 내용은 사랑의 신 비너스와 전쟁의 신 마르스의 불륜의 현장을 담고 있다. 사랑의 신 비너스에게는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라는 남편이 있었지만 헤파이스토스가 절름발이에 추남이었기 때문인지 여러 인간들, 신들과 애정행각을 벌이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대상이 바로 전쟁의 신 마르스였다.
그림은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눈 직후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는데 두 사람의 대조적인 모습이 흥미롭다. 먼저 비너스의 저 표정. 한 마디로 표현하기 참 어려운데 사람들에게 비너스의 표정이 어떠냐고 물었을 때 들었던 수많은 대답 중에 가장 내 마음에 든 것은 "떨떠름하네"라는 말이었다. 온갖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한 비너스와 달리 할 일 다했다는 듯 잠에 빠져 있는 마르스. 잠든 남자가 전쟁의 신이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 투구와 창, 갑옷 등이 등장하고 있고 깊이 잠든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마르스의 귀에 대고 소라 고동을 불어보고 옆에서는 벌들이 윙윙대지만 마르스는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신혼부부에게 주는 선물인데 왜 이런 내용을 소재로 했을까 하는 점이다. 이 역시 세 가지 정도 설명이 가능한데, 첫번째는 비너스의 씁쓸한 표정을 보면서 인간이나 신이나 죄를 짓고는 편히 살 수 없으니 결혼한 후에 서로에게 충실하라는 교훈을 담고 있다는 설명이다. 두번째는 사랑이라는 행위가 여성은 활기차게, 남성은 피곤하게 만든다는 당시 이탈리아의 속언을 표현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며, 마지막으로 비너스는 사랑의 신, 마르스는 전쟁의 신이니 사랑이 전쟁을 이겼다라고 해석하기도 하는데 사람들은 대개 세번째 해석을 가장 마음에 들어 했다.
보티첼리는 화가가 되기 전에 금세공 기술을 익혔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비너스가 입은 옷 가장자리의 금색 표현이 아주 정교하다. 그리고 그림 속에서 비너스의 오른쪽 다리를 찾을 수 없는데 공간이 부족했던지 옷의 주름으로 간단히 처리하고 있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사티로스(Satyros)"인데 상반신은 사람이지만 하반신은 염소의 몸을 하고 있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시종들이다. 그런데 이 그림에 등장시킨 이유는 사티로스가 장난치기를 좋아하고 주색을 밝히는 인물이어서 그렇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마르스 오른편에 윙윙거리는 말벌들을 볼 수 있는데, 말벌을 그려넣은 이유는 말벌이 이탈리아어로 "vespa"인데 이를 통해 이 그림을 의뢰한 가문이 "베스푸치"가문이라는 것까지 알려주고 있다고 한다.
이 그림은 전체적으로 유화로 그려졌지만 마르스의 몸만 템페라화로 그려졌는데 보티첼리는 사람의 피부색을 표현하는데에는 템페라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