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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ional Gallery/1500-1600

예수의 매장(The Entombment)


미켈란젤로(Michelangelo)

예수의 매장(The Entombment), 1500-1501년

나무에 유화, 161.7*149.9cm


<예수의 매장>은 미켈란젤로가 1500년 9월 로마의 성 아고스티노 교회의 장례 교회당을 위해 그리기 시작했지만 1501년 피렌체로 떠나면서 방치하여 현재 미완성인 채로 남아 있는 제단화라고 알려져 있다. 그림의 오른쪽 비어 있는 공간에는 원래 성모 마리아를 그려 넣으려고 했는데 성모 마리아를 그리기 위해 꼭 필요한 색상은 "울트라 마린 블루"이다. 이는 준보석의 일종인 청금석에서 추출된 안료인데 당시 아프가니스탄에서만 나던 귀한 재료여서 같은 무게의 금보다도 비쌌다고 한다. 그래서 당시 화가들이 그림 주문을 받게 되면 금과 청금석을 얼마나 쓸지 예산서를 제출해야 했다고 전해진다. 그 정도로 귀한 색상이어서 "천국의 색상"이라 불렸고 성모 마리아의 의상에 주로 쓰였다.

그림은 죽은 예수를 무덤으로 옮기기 위해 제자들이 부축하여 십자가에서 내리고 있는 순간을 묘사하고 있다. 예수의 오른쪽에 붉은 옷을 입은 사람은 사도 요한인데 다른 그림에서도 붉은 옷을 입고 등장하여 알아보기 쉽다. 사도 요한은 예수가 가장 사랑한 제자로,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 어머니인 마리아를 보살펴 줄 것을 특별히 부탁할 정도였다. 예수의 머리쪽에서 부축하고 있는 사람은 아리마태아의 요셉으로 알려져 있는데 빌라도 총독으로부터 예수의 시신을 인계받아 자신이 쓰려고 했던 동굴 무덤에 매장한 사람이다. 그림의 왼쪽 아래편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은 막달라 마리아이다. 창녀였던 막달라 마리아는 자신의 죄를 참회하며 회개할 때 예수의 발에 향유를 바른 일이 있는데 그로 인해 주로 예수의 발치에 그려진다. 미켈란젤로는 그림 속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의 가시 면류관과 못을 보며 묵상하는 장면을 그려넣으려고 했다고 한다.

그림은 아쉽게도 미완성으로 남아 있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미켈란젤로의 작업스타일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첫째, 미켈란젤로는 회화작업도 조각처럼 했다는 것이다. 그림의 오른쪽 위 밝게 표시된 동굴 무덤의 입구 부분은 바위의 갈색 물감을 벗겨내고 밀어냄으로써 형태가 만들어졌는데 이는 재료를 깎아내는 조각의 기법과 매우 유사하다. 둘째, 비어있는 성모 마리아 부분에서 미켈란젤로는 밑그림도 그리지 않고 작업을 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당시 미켈란젤로는 25살이라는 젊은 나이로 이런 규모의 큰 그림은 처음 시도하는 것이었지만 두려움없이 독창적인 능력으로 접근했다.

미완성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켈란젤로의 천재적인 능력을 엿보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된다.